Murakami Haruki Archive

무라카미 하루키, 그 남자가 사는 법 – 세 남자의 유쾌한 토크 후기

  • 2013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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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세 남자 토크1

8월 10일(토) 오후 4시, 홍대 부근의 카페 에코브릿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그 남자가 사는 법’이란 주제로 세 남자 – 영화평론가 허지웅, 작가 최민석, 문학평론가 허희가 만났습니다.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신 최민석 작가님과 <썰전>, <마녀사냥> 등에 출연하시면서 요즘 정말 인기가 많은 허지웅 님, 두 분을 패널로 모시고 문학평론가 허희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는 다음과 같은 시작말로 어떤 자리였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허희 : “오늘 저는 유쾌한 동네 형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같이 수다를 떨자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고담준론이라기보다는 음담패설에 가까울 법한 대화들이 오고갈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저는 정말 두근두근합니다.(웃음)”

 

강연 내용 중 일부를 간략히 소개해 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세 남자 토크5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읽은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최민석 작가님은 “처음 하루키를 만난 건, 소설가가 되고 난 이후이다. 소설가로 어떻게 먹고 살까 고민하다 ‘잘 팔리는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맘먹고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당시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처럼 『노르웨이의 숲』(당시 제목은 『상실의 시대』였지만, 민음사에서 곧 『노르웨이의 숲』이 출간될 예정이니까 명칭은 통일하시겠다고 본인이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이 책장에 꽂혀 있었을 때니까. 처음 읽고 책을 덮었을 땐 ‘이게 뭐야?’ 싶었는데, 하루키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허지웅 평론가님은 “역시 『노르웨이의 숲』으로 하루키를 접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건 논픽션 『언더그라운드』이다. 하루키는 애증의 상대 같다. “

허희 평론가님 역시 “두 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노르웨이의 숲』으로 하루키를 읽었다. 당시 CF 속의 여성이 읽던 책으로, 나도 이 책을 읽으면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 분 모두 『노르웨이의 숲』으로 하루키를 만나셨네요.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IMG_2952무라카미 하루키 - 세 남자 토크3

“맘에 드는 책의 문장에 밑줄을 긋는데, 하루키 책에는 밑줄을 너무 많이 긋다 보니 정리가 어렵더라.” – 허희.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맘에 드는 구절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허희 평론가님은 『노르웨이의 숲』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연애 상대에게 써먹고 싶은 문장’으로 꼽아주셨습니다.

“저기 와타나베 군, 나를 좋아해?”

“물론.”

나는 대답했다.

“그럼 내 부탁을 두 가지만 들어주겠어?”

“세 가지라도 들어주지.”

(이 문장을 읽을 때 무척 수줍어 하셨습니다.) 백 개, 천 개라는 허풍이 아닌 ‘세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묘하게 진정성을 담고 있는 놀라운 수사법이라고… ^^

 

최민석 작가님 역시 자신의 하루키 책을 펼쳐보니 엄청나게 밑줄이 있어서 어떤 걸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이 문장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이쿠 이거 죄송합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그다지 죄송한 것 같지는 않은 말투였다.”

『노르웨이의 숲』을 서정적인 작품으로만 생각하실 수 있는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하루키는 무척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 문장을 꼽아주셨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 세 남자 토크4

“단편 『TV 피플』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을 좋아한다.” – 허지웅

하루키의 저널리즘적인 건조한 문장을 좋아하는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인상적인 구절, 본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로 “재능이란 말이야, 하이다, 육체와 의식의 강인한 집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해.” (p.104)을 꼽아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루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관한 이야기에서 ‘단골 술집’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최민석 작가님과 허지웅 평론가님은 서로 단골 가게 얘기를 들려주시면서 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게 만들어주셨네요.

그리고 『1973년의 핀볼』 이야기에서는 ‘게임’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핀볼 16만점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이 설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루키의 집요함, 혹은 거짓 인용문에서 보이는 허풍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최민석  :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체코의 열차 식당칸의 에피소드에서 ‘나중에 포르말린 병에 손가락을 담아서 다니는 여자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라고 하는데, 이게 30년 쯤 지나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이 여성이 나온다. 하루키의 이 집요함은!”

“하루키처럼 거짓 인용문을 써봤는데, 하루키와 달리 아무도 실재하지 않는 작가에 대한 문의가 없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야기에서는 ‘시로’와  ’구로’, 어느 쪽이냐는 질문으로 오늘 토크의 컨셉을 끝가지 유지했습니다.  :-)

“이번 작품처럼 과거의 사람들을 찾아 순례를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허지웅 평론가님은 ”상처 받은 일이나 찜찜한 일이 있으면 찾아가서 인터뷰(객관화시킬 수 있어 좋다.)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상대방은 화해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이라고 해주셨네요.

최민석 작가님은 ”하루키는 똑같은 걸 써왔다고 하는 평론가도 있지만, 한 사람이 쓴 거니까 그건 당연하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를 해주셨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세 남자 토크2

 

시작 전 찍은 사진에서도 이미 자리가 가득했지만, 나중엔 저 옆의 빈 공간까지  의자를 더 갖다놔야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더운 여름, 자리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